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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드는 데 남은 인생 기여 | 한상대 이사장

  • 김지미 기자
  • 입력 : 2016.06.03 17:32:47   수정 : 2016.06.21 13: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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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햇살이 녹음을 더욱 짙게 만든 오월 중순, 한상대 전 검찰총장(58)을 서울 삼성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2012년 말 검찰 총장 퇴임과 함께 30년 검찰 인생을 마무리하고 서초동을 떠났다. 현재는 서울 삼성동 선릉공원 인근에 한상대법률사무소 겸 형사법연구소를 개소하고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검찰을 떠난 지난 3년간의 근황부터 묻자 그는 “무거운 공직자의 옷을 벗으니 일단 홀가분했습니다.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고, 맛집과 젊은 친구들이 많이 가는 장소도 가보면서 모처럼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사실 한상대 전 총장이 퇴임 후 개인 여가로만 시간을 한가로이 보낸 건 아니다. 북한 인권 개선과 탈북자 지원 활동을 벌이는 사단법인 물망초 고문직을 비롯, 사단법인625 공원국민운동본부 이사장, 선플달기운동 고문, 대한민국 감사국민위원회 상임대표 등 크고 작은 시민단체를 맡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 왔다.

    그는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다 보니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나라가 잘 되도록 공헌하고 또 나라가 잘못되는 것에 대해 일종의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현직을 떠났어도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나라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한 전 총장은 6.25기념공원 건립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강원도 양구구청과 함께 한국전쟁 때 격전지였던 ‘펀치볼’(양구군 해안면에 위치한 분지 명) 내 6.25기념공원을 만드는 일을 추진 중이다. 또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감사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아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초청해 대통령의 감사편지를 전달하는 뜻깊은 행사를 갖기도 했다.

    최근 한상대 전 총장은 새로운 인생의 승부처를 정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여생을 마치겠다는 것. 그는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기업하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기업인들의 기가 살아야 경제가 활력을 찾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1인 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5만 달러 선진국으로 갈 수 있겠지요”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의 일문일답.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재도약하려면 각계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검찰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요즘은 기업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합리적인 기업인들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만들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서 제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기업 수사와 관련해서 업무상 배임은 경영판단을 존중하는 한도 내에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해를 봤다고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처벌을 하게 되면 경영자의 경영판단력이 위축되거든요. 그러면 도전적인 결단이나 회사를 위해 꼭 필요한 결단도 늦어지고 보신주의가 나오게 됩니다. 기업은 혁신과 도전을 통해서 성장을 하는 건데 자꾸 그걸 위축시키면 안 된다는 게 경제 수사에 대한 제 소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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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총장 재직시절 3대 적들(부정부패, 종북좌익세력, 검찰내부의 오만)과의 전쟁을 선포하셨는데요, 지금 봐도 중요한 문제들인데, 회고해주세요.

    먼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위해 저축은행 부실과 저축은행을 둘러싼 로비를 수사하면서 결국은 대통령 친인척까지 구속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종북좌익세력 척결을 위해서는 약화되어 있던 공안수사체제를 국정원과 경찰과 함께 정비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했지요. 그 결과 편법 경선 등 문제가 많았던 통진당을 압수 수색해서 그 비리를 고발하고 지도부를 구속시킨 것이 상당히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검찰 내부의 오만과 관련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검찰이나 법원이 물론 오류를 범하면 안 되죠. 하지만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판단과 예측을 잘못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무오류성에 집착해 무리를 하는 것은 우리의 오만이라는 거죠. 잘못된 길을 간 것을 다시 철수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잘못했으면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최근 법조계의 전관예우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전관이냐 아니냐를 떠나 변호사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사건은 법적 브로커로 인해 야기됐는데, 변호사법에 법조 브로커와 거래하지 말라고 명시되어 있지요. 하지 말라는 걸 하니까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법과 원칙으로 돌아가면 해결될 문제들이라 봅니다.

    ▶고려대 법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법조인 후학 양성에도 기여하고 계십니다. 바람직한 법조인 상에 대해

    3년 동안 고려대에서 학생들에게 법조윤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한마디로 ‘영혼이 있는 법조인이 되라’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어야 하고, 또 자기가 좋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 가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자기 소신과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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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정을 중시하는 정실주의 문화 때문에 공사구별이 안 되는 폐단을 없애려고 나온 극약처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목적이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거니까 시행령까지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법률가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뇌물죄를 확장한 건데 법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앞으로 개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 최근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한다면

    책을 항상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후배 검사들에게 경제 서적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경제가 복잡해지고 새로운 것이 나올수록 법에서 멀어지게 마련인데, 검사들이 내용을 알고 법적 기준을 정해줘야 경제 질서가 잡히기 때문이죠. 한 권 추천하라면 ‘투자 전쟁’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제서보다 신학이나 철학에 빠져 있습니다. 최근 읽은 책은 심리학자이면서 정신병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삶의 의미를 찾아서’입니다. 나치 수용소 경험을 한 저자가 쓴 거라 살아가는 데 힘과 교훈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LUXMEN 독자를 위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LUXMEN 독자들 중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딩 그룹에 속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리더들이 올바른 집단 지성을 형성해서 우리나라를 안정감 있게 끌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속담 중 하나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입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안 가고 떨어져 있으니까 맨날 까마귀 세상이 되는 거죠. 백로가 가서 까마귀를 퇴치하고 백로 세상을 만들어야죠. 싸울 땐 싸우고 틀린 건 틀렸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건 점잖은 게 아니라 비겁한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He is~ △보성고등학교 △1981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8년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법학대학원 졸업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1996년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장

    △1999년 법무부 인권과장 △2001년 서울지방검찰청 형사부장

    △2006년 광주고등검찰청 차장검사 △2009년 서울고등검찰청 고검장

    △2011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검장 △2011년 제 38대 대검찰청 검찰총장

    △2013년~현재 한상대법률사무소 변호사, 고려대 법학대학원 초빙교수

    [김지미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