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 할아버지. 사진은 2021년 12월 경기도 남양주시의 자택에서 기자와 인터뷰했을 당시에 찍은 것이다(사진=양연희).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 할아버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게 돼 최고로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탈북 국군포로 3명 가운데 한 명이다.
올해 아흔 살(1932년생)인 그는 9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70년 이상 억류 중인 국군포로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김 할아버지는 “나는 대한민국에 나와서 아흔 살까지 세상 부럼없이 자유롭게 생활하는데, 북한에서는 말도 제대로 한 마디 못하고.... 다들 아흔 살이 넘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품에서 자유롭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다 세상을 떠나면 더 이상 바랄 것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48년 17살의 나이로 조국을 지키겠다는 꿈을 안고 경기 동두천 7사단 1연대에 입대했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방에서 고립된 채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다 포로가 됐다. 1953년 7월 18일 강원도 바다를 통해 탈출하려다 붙잡혀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1954년 평양 복구 건설에 동원됐을 때도 탈출을 시도했으나 또다시 붙잡혔다. 결국 1966년 함경북도 온성의 추원탄광으로 끌려가 27년 동안 강제노동을 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왔을 때 국군포로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김 대통령은 “국군포로 생존자를 돌려보내 달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실망한 그는 더 이상 조국이 구출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해 아들과 함께 몰래 중국으로 넘어간 그는 마침내 50년 만에 탈북에 성공했다.
김 할아버지는 “북한에 아직 생존해 계신 분들에게는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으로 빨리 탈출해오라는 말밖에 더 할 수 있나. 뭐 우리가 힘이 있어 데려올 수 있겠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북한에 억류 중인 국군포로들은 애국자들이나 다름없다며 하루빨리 고향에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북한에 있었으면 벌써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을 것예요. 북한에서는 환갑도 못 치르고 세상 떠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나도 북한에서 2년 앞당겨 환갑잔치를 했지...”
윤석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탈원전을 강행한 것이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탈원전을 왜 했나”라며 “세계 최고 기술 원자력을 가지고 있는데 탈원을 해서 기술자들이 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환경이 오염되는 태양광과 화력발전소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방 어떻게 다 이야기 하겄소... 두고 보면 다 나올 것이요. ‘검수완박’ 이런 거는 법을 다 파괴하는 건데 왜 이러겄소...”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그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일 오전 6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그쪽’에서 차를 보내 데리러 오기로 했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이 돼 아주 기쁘다”고 했다.
◇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